“판사들 법전 안보냐” 음주운전 처벌, 이러니까 계속 하지

멈추지 않는 음주운전, 대체 왜 그럴까
법이 명시한 형량은 적지 않다
문제는 실제 재판에서의 선고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보도, 법 때문일까

2024년이 끝나가는 연말 시즌, 술자리와 함께 음주운전 적발 단속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단속에 적발되는 음주운전자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해서 선량한 피해자를 낳는 음주운전을 두고 많은 이들은 ‘법이 약해서’ 라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다.

정말 법이 약해서 일까. 과연 한국의 법은 음주운전자 하나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해 얕보이는 수준에 가까울까.

법이 정한 처벌은 약하지 않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법이 정한 음주운전 관련 처벌은 그렇게 약한 편이 아니다. 현재 도로교통법에서는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처벌 정도를 달리하고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도로교통법 제 148조의 2)

• 혈중알콜농도 0.03%~0.08% 미만 :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면허 정지, 벌점 100점)
• 혈중알콜농도 0.08%~0.2% 미만 :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면허 취소)
• 혈중알콜농도 0.2% 이상 :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면허 취소)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도 제 5조의 11(위험운전 등 치사상)에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처벌을 명시 중이다.

• 음주 또는 약물 운전으로 상해를 입혔을 시 :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음주 또는 약물 운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을 시 :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이를 해외에 대조해보면 아래와 같다.

• 호주 :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부터 음주운전 간주, 적발 시 개인 정보 신문에 공개 및 사망자 발생 시 최대 20년 징역형
• 중국 : 혈중알코올농도 0.02% 부터 음주운전, 사망자 발생 시 사형까지 가능
• 일본 : 혈중알코올농도 0.03% 부터 음주운전, 차량 제공자 및 주류 제공자와 동승자도 처벌. 사망자 발생 시 최대 20년 징역

결국 법전에 적혀 있는 형량 자체는 국제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재판부의 선고

그렇다면 국민들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형량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법에 명시된 바로는 해외 처벌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법은 기준을 정했을 뿐, 흠결을 따져 세부적인 적용은 재판부의 몫이다. 가령, 위에 언급한 특가법에 따라 사망사고를 음주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면 딱 3년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 가능성은 계속해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콜농도 0.08%를 넘긴 채로 운전하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숨지게 한 DJ 예송도 징역 8년이 확정됐다.

또한 음주와 무면허로 벌금과 징역 집행유예 등을 4차례나 처벌 받은 이가 다시 무면허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부부가 탑승한 SUV를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인해 남편이 사망하고 동승자 아내 또한 전치 14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선고는 고작 징역 7년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장까지 제출했다.

음주운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넋은 우리가 달래줄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음주운전 재범으로 인한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건 막을 수 있다. 부디 사법부가 지금부터라도 정의의 여신이 베푸는 자비를 오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